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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ji Yamaguchi, San Francisco- 

스케이트보딩이란 무엇일까? 단순히 바퀴를 굴리고 보드 위에 올라서서 트릭을 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것을 이해하고 그것에 끌리는 많은 사람들은 음악, 사진, 영상, 그림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그 문화를 표현해내고 있다.

그렇다면 스케이트보드 스팟은 어떤 의미일까?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장소 그 이상의 큰 의미가 있다는 사실 또한 스케이터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곳은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장소, 친구를 만나 추억이 쌓이는 장소, 또는 스케이트보딩의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는 장소일 것이다.

스케이트보드를 타지 않는 사람들에게 스케이트보딩과 스케이트보드 스팟은 아마도 그저 스쳐가는 일상 속의 한 장면, 또는 풍경일 것이다. 이 모습을 스케이터의 관점에서 캐치하여 그 따뜻했던 시공간을 담아내는 일본출신 아티스트 코지 야마구치(Koji Yamaguchi)를 만나보고자 한다.

간단한 자기소개: 내 이름은 코지 야마구치(Koji Yamaguchi)야. 1982년생이고, 카나가와 현 출신이지. 스케이트보드와 스트리트 아트, 그리고 풍경화가였던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현대의 경관을 꾸밈없는 어반 랜드스케이프(Urban Landscape)로 그려내고 있어. 지금까지 스케이트보드 브랜드와 어패럴 브랜드 등의 그래픽 작업, CD 자켓과 대기업 광고 일러스트레이션을 진행해왔어. 그 외에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의 스케이트보드 브랜드와 협업을 하는 등 일본 국내외로 활동영역을 넓혀왔고, 2015년부터는 활동기반을 도쿄에서 뉴욕으로 옮겼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게된 계기: 풍경화가였던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릴 때부터 그림을 좋아했고 그려왔던 것 같아. 중학생 때부터는 그래피티와 스케이트보드 브랜드의 어패럴 그래픽 등의 영향을 받아서 그림으로 표현해왔어.

스케이트보드를 시작하게 된 계기: 중학생 때쯤 불량해 보이는 선배가 이웃 주차장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것을 봤고, 왠지 모르게 멋진 모습에 충격을 받았던 것 같아. 그게 시작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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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bba Hideout, San Franci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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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rthouse Drop, New York-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페인팅에 접목시키다: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페인팅에 접목시킨 건 22~25살 때쯤이었어. 몇 년간 무엇을 그리면 좋을지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고, 나를 되돌아봤더니 스케이트보드와 정신적 지주였던 할아버지의 풍경화가 있던 거야. 그것들을 조합해서 스케이트보드와 나만의 느낌으로 필터링 한 스케이트보드 스팟 풍경화를 그리게 되었어. 그리고 스케이트보드 스팟은 스케이트보드가 금지되거나 철거되어 버리기도 하지. 스케이트보드 스탑퍼가 부착되기도 하고 항상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걸 기록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 또한 스케이터의 관점에서 보면 스팟이지만, 스케이트보드를 타지 않는 사람의 관점에서 보면 풍경이 된다는 점에서 재미를 느껴. 스케이터는 도시를 유연한 관점에서 보고 정해진 사용법을 따르지 않아. 매우 창조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지.

최근 작업의 주된 재료: 두툼한 수채화 용지 위에 미국에서는 어느 집이나 가지고 있는 샤피(Sharpie)라는 퍼머넌트 마커(Permanent Marker)로 그리고 있어. 어려운 재료는 사용하지 않고 내 기술만으로 매혹시킬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일상적인 펜으로 그리고 있어. 가끔은 볼펜이나 캔버스에 유화로도 작업해.

작업방식에 대해서: 우선 스케이트보드 스팟으로 나가서 그곳의 주변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를 줍고,  콜라주에 쓸만한 것들을 선택해서 화면을 콜라주로 채워가지. 그리고 몇 일간 스팟을 다니면서 콜라주 위에 풍경을 그려나가. 그곳에 있는 스케이터와 오가는 사람들, 그곳의 분위기를 제대로 표현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현장에서 직접 그림을 그리는 거야. 거기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를 통해서도 많은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어. 그 자리, 그 시간이 아니고서야 만날 수 없는 우연한 매력이 있는 거지.

손으로 그리는 그림의 매력: 가끔은 사진으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선이 삐뚤빼뚤하거나 섬세한 점으로 그려져 있기도 해. 완벽할 수 없는 인간의 수작업의 따뜻함이 느껴진다고 생각하는 부분이야. 그리고 그림 그리는 자리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도 콜라주 재료로 사용하거든. 버려진 영수증이나 메모지에서 생활감을 느끼기도 하고, 종이의 올록볼록함 등이 사진과는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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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lenberg, San Francisco-

스케이터로서 좋아하는 시대와 스케이터: 1990년대 중후반 정도에 스케이트보드를 시작했기 때문에 당시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것 같아. 블라인드의 마크 곤잘레스(Mark Gonzales), 제이슨 리(Jason Lee), 스테레오의 에단 파울러(Ethan Fowler), 듄(Dune) 등 좋아하는 스케이터는 많아. 스케이트보드 영상에 재즈음악이 흘러나왔다는 점은 정말 충격이었어.

뉴욕으로 활동기반을 옮긴 이유: 2015년 여름 뉴욕으로 왔어. 일본에서 10년 정도 생활하니 어떻게든 그림으로 밥벌이를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스케이트보드가 태어난 미국, 그중에서도 예술의 중심지인 뉴욕에서 생활해보고 싶다고 느꼈던 것 같아. 그리고 아티스트 비자가 있다는 걸 알게 되어서 도전했더니 1년 정도 걸려서 무사히 받게 되었어. 그리곤 뉴욕으로 가기로 결정했지.

뉴욕의 매력: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굉장한 작품을 볼 수 있는 환경이 주변에 있기 때문에 너무 좋아. 남녀노소 모두가 각자의 예술적 취향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엄청나다고 느끼는 부분이야. 그리고 온갖 사람들이 뉴욕에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일본인이라는 점을 의식하게 된 것 같아. 그리고 뉴욕은 상당히 좁고 평평한 길이 많아서 푸쉬오프하기 좋고, 지하철로 여러 스팟을 갈 수 있어. 유명한 프로 스케이터도 동네에서 스케이트보드 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지. 모두 정말 스케이트보드를 좋아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고, 스케이트보드가 도시의 일부로 스며들어 있다는 점이 뉴욕 스케이트보드 문화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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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ji Yamaguchi X DQM Launch Par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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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대표적인 브랜드 DQM과의 협업: 뉴욕 출신의 브랜드와 무언가를 함께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서 DQM에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찾아갔어. DQM의 창업자 크리스 키프(Chris Keefe)가 내 작품을 봐줬는데, 내가 이전에 했던 FTC와의 협업 때문인지 내 작품을 이미 알고 있다고 말해줬어. 크리스는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산 적이 있어서 FTC와는 오랜 시간 동안 알고 지낸 사이였던 거야. 내 작품을 보곤 마음에 들어했고 협업 티셔츠와 데크를 출시하기로 했지. 무사히도 뉴욕의 스팟을 데크 17장에 그려서 전시했고 제품으로 발매하게 되었어. 처음 제안으로부터 1년 정도 걸렸지만 실현해낼 수 있어서 굉장히 기뻤어.

새로운 프로젝트: 현재 엘레멘트 재팬(Element Japan)의 DVD 릴리즈 용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어. 뉴욕에서는 현지 스케이터 아티스트들과 협업한 작품을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고 있기도 해. 그들이 좋아하는 스팟을 내가 그리고, 그 위에 페인팅하는 방식의 프로젝트야. 일본에서도 2011년 같은 프로젝트를 했고 작품을 정리해 책으로도 만들었지. 뉴욕에서도 이 프로젝트가 가능하다면 좋겠다고 생각해. 마크 곤잘레스(Mark Gonzales)와 함께 할 수 있다면 최고일 거야. 얼마 전에 소호(Soho) 거리에서 곤즈(Gonz)가 땀투성이로 혼자서 푸쉬오프하는 모습을 봤는데 정말 최고로 멋지다고 생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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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hing Gold Can Stay,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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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코지 야마구치 (@orista1104)

도움: 윤협(@ynhp)

인터뷰/번역/편집: 지승욱 (@sonofdonuts)